[책마을] '이야기의 힘' 제대로 가르치는 '소설작법' 교수들의 신간 소설

입력 2022-10-14 17:38   수정 2022-10-17 13:57

‘소설 쓰기’를 가르치는 대학 교수들의 소설은 어떨까. 최근 두 현직 교수가 첫 장편소설을 나란히 냈다. 교수가 써 난해하고 지루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야기의 힘’이 살아있는 대중적인 소설이다.

<캐스팅>(은행나무)은 김덕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43·사진 왼쪽)의 첫 장편이다. 그는 2013년 단편 ‘전복’으로 등단해 2017년 펴낸 첫 소설집 <급소>로 한무숙문학상을 받은 실력파 소설가다. 예상을 뒤엎는 서사를 강렬하고 생생하게 그려온 그는 이번 장편에서도 경쾌하면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쇠락한 항구도시 초항시를 배경으로, 한 도시의 미래를 두고 벌이는 낚시꾼들의 짜릿한 손맛 대결을 그린다. 긴 외지 생활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온 구장환이 주인공이다. 홀로 횟집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위해 2000만원의 빚을 진 그는 사채업자 홍 대표와의 낚시 대결로 빚 절반을 탕감받는다. 그런데 홍 대표가 그에게 손을 잡자고 한다. 내기 낚시를 통해 초항시 테마파크 사업 유치권을 가져오려는 것.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속도감 있는 전개, 짜임새 있는 구조, 마지막까지 책을 놓을 수 없는 강한 흡입력과 반전이 일품이다. 책 제목은 낚싯대를 휘두르는 동작을 가리킨다. 내기 낚시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겨루는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황량한 바다에서 자신의 답을 구해야 하는 삶들을 위로한다.

<별빛 사윌 때>(문학과지성사)는 최시한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명예교수(70·사진 오른쪽)의 첫 장편이다. 최 교수는 오래전부터 스토리텔링을 강조해 온 문학교육 권위자다. 그의 출발은 소설가였다. 1982년 단편 ‘낙타의 겨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하지만 교수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연구와 교육에 더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정년 퇴임 후 ‘소설가 최시한’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서고 있다.

제목 ‘별빛 사윌 때’는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를 말한다. 고구려 멸망 3년 후이자 나당전쟁 둘째 해인 671년 여름이 배경이다. 이미 패망해 사라진 백제에서 무사로 활약했던 주인공 물참이 나라를 잃은 절망과 되풀이되는 전쟁의 참상 속에서 방황을 거듭하다가 새로운 결단에 이르게 되는 사흘간의 여정을 그린다. 단 3일이지만 그 안엔 660년 백제 멸망부터 백제 부흥전쟁을 거쳐 신라와 당이 맞붙은 나당전쟁에 이르기까지 약 11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오랫동안 글쓰기를 가르쳐온 교수의 소설답게 기본기가 탄탄하다. 문장은 물 흐르듯이 이어지며, 과장하지 않은 담담한 어조로도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1300여 년 전 이야기를 다루지만, 오늘날의 현실을 비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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